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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27) 2차 대선후보 토론회에 따른 탈핵부산시민연대 논평

성명 및 보도자료/성명ㅣ논평

by 부산에너지정의행동 2025. 5. 2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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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1,000개를 삼킨 듯 답답함이 밀려온다.
- 2차 대선후보 토론회에 따른 탈핵부산시민연대 논평
    
21대 대선 제2차 후보 TV 토론에서 기후 위기 대응 정책에 대한 논의는 깊이 없는 대책, 진정성 없는 말잔치, 그리고 변함없는 성장만능주의가 주를 이루었다.
    
이준석, 탈핵을 조롱하는 정치적 오만
이준석 후보는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PC주의(정치적 올바름)”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의 위험성은 이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같은 대형 사고로 전 세계가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으며, 고리·월성·영광·울진의 주민들은 지금도 핵발전소와 초고압 송전선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일상의 파괴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핵발전 반대 여론을 단지 비합리적이고 근거가 없는 정치적 주장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이자 지도자의 자세라 할 수 없다. 이준석 후보는 핵발전 반대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주장하는 연금 개혁은 “기성세대의 특권을 내려놓고 미래세대를 위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윤리적, 정치적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즉, ‘미래세대를 위한 정의’라는 명분은 정치적 올바름의 대표적 가치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정책조차 사실은 ‘PC주의’ 없이 설명될 수 없다. 정치란 본질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더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행위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탈핵을 실현하고자 하는 요구는 책임의 문제이며, 산업과 기술이 보다 생명과 존엄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정의로운 정치의 출발점이다.
    
이재명, 핵발전의 모순을 방치하는 회피의 정치
이재명 후보의 “현행 유지” 발언 역시 매우 문제가 있다. 공식 공약집 어디에도 핵발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보이지 않으며, 탈핵 일정, 단계적 감축, 안전기준 강화 등 핵발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빠져 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에너지 정책은 주로 ‘성장’과 ‘공급 안정’의 논리 안에서 구성되었고, 이는 이재명 후보가 기후 위기의 본질 즉, 성장주의적 체계가 초래한 생태적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였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더욱이 이번 2차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의 직접적인 “현행 유지” 발언과 핵발전소 노조와의 정책 협약, 캠프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기존의 핵발전소 수명 연장, 신규 건설,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 확대 등 핵산업계의 입장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의미이며, 그동안 지역사회와 탈핵운동이 끊임없이 제기해온 핵발전의 모순인 안전 문제, 폐기물처리 문제, 지역 불평등 문제, 민주적 통제의 부재 문제 등 어느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핵발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현행 유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결국 핵발전 체제의 모순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중적인 태도는 사회적 갈등을 더 키우고, 진정한 에너지 전환의 타이밍을 또다시 놓치게 만든다. 지금과 같이 위험한 기술을 유지하면서 성장만을 앞세우는 전략으로는, 기후위기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도, 지역사회의 희생을 줄이는 정의로운 전환도 불가능하다. 이재명 후보의 입장처럼 모호한 회피와 기득권 눈치 보기는 결국 더 큰 혼란과 위험을 낳을 것이며, 기후정의와 에너지 민주주의로의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후보들은 하나같이 기후 위기를 "전력 수요 증가" "미래 산업 경쟁력"으로 환원시켰고, 탈핵은커녕 ‘핵발전 확대’나 ‘현행 유지’ 같은 위험한 기조를 내세웠다. 기후 위기를 몰고 온 구조와 원인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않고 이를 해결할 합리적이고 과학적 방안, 사회적 합의가 아닌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다시 핵으로 경도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대로라면 또다시 대도시의 전기 공급을 위해 서울이 아닌 지역에만 송전탑이 박히고, 핵폐기물이 쌓일 것이다.
    
기후 위기는 더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다. 극단적 날씨, 식량 위기, 재난으로 인한 불평등은 이미 오늘 우리의 현실이고, 이 문제를 해결할 정치의 용기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토론에서 확인한 것은 현상 유지와 산업 논리에 갇힌 ‘낡은 정치의 재확인’뿐이었다.
    
전환은 말로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기후 위기 대응은 탈핵과 분산형 에너지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과 공동체의 고통을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정치적 책임과 결단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그 정치적 용기를 모든 후보에게 요구한다.
    
2025.5.27.
탈핵부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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