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부산시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관련 건의>라는 제목의 공문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전달했다. 지역주민의 불안과 우려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앞서 국민의 힘 부산지역 의원들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에 ‘부지 내 저장시설에 영구저장 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규정을 넣겠다고 한 것에 힘을 실어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산의 시민사회는 고준위특별법에 대한 부산시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해왔다.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핵발전소와 함께 한 부산시민들이 핵폐기장까지 떠안지 않도록 최선의 역할을 할 것 또한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고리2호기를 비롯한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임시든 최종이든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분 문제는 결국 하나의 문제이므로 이념을 떠나 ‘부산시민의 안전’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동안 우리의 외침에는 그렇게 외면하던 부산시가 국민의 힘 의원들의 고준위특별법에 대한 논의 이후에 지체없이 입장을 내놓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부산시는 시민의 말은 외면하고 국민의 힘의 말에만 움직이는 것인가?
부산시가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낸 공문내용을 보면 황당함이 극에 달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결정은 국가 현안이자 원전을 관할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지역 현안으로, 최근 시민사회와 언론을 통해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의 영구처분장화 및 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추세에 있다”고 밝힌 부산시에 묻고 싶다. 이렇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동안 중요한 지역현안에 도대체 손 놓고 무얼 했단 말인가? 몇 번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시의 역할을 다 한 것인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미적지근하더니 이제 와서 국민의 힘 의원들의 의견과 동일한 내용을 의견이라고 보내면 그것이 시민들을 위한 것인가?
부산시의 건의사항은 1) 원전부지내 임시저장시설의 안전성과 지역주민 수용성 확보를 최우선 논의, 2) 원전부지내 임시저장시설의 운영 기한 또는 사용후핵연료 보관 기한의 특별법 명시를 통한 임시저장시설의 영구처분장화 우려 불식 3)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의 지체 없는 추진을 통한 원전부지내 사용후핵연료 보관 장기화 우려 불식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의 지체없는 추진을 통해, 핵발전소내 임시저장시설을 건설하고, 보관기한을 명시하여 영구처분화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 요구사항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임시저장시설의 안전성은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전제에 둔 것이므로 그 자체로 주민수용성을 확보할 수 없다. 부산시민들은 부지 내 임시저장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둘째, 고준위핵폐기물의 처분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임시저장시설이 건설되면 영구처분화 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부산시의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2021년 12월, 부산시는 부산시의회와 함께 지역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심의·의결 추진에 반대하는 공동성명문을 발표했었다. 공동성명서에는 산업부의 일방적인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 수립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구체적으로 ▲ 지역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는 기본계획안 반대 ▲ 용지 내 저장시설 설치·운영사항의 법제화 ▲ 용지 내 저장시설의 장기간 운영에 대한 후속 조치와 운영계획 마련 ▲ 투명한 정보공개와 개방적인 의견수렴 방안 마련 등이었다. 당시 박형준시장은 "지역주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의견수렴 없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계획 수립은 있을 수 없다"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정책의 수립과 시행에 원전 소재 지역의 목소리가 외면 받는 일이 없도록 시의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고 했다. 지역주민의견 수렴 없는 관리계획은 있을 수 없다더니 이제는 지체없이 추진하라니 그동안 산업부가 무슨 의견수렴을 하기라도 한 것인가? 그때도 지금도 정부는 지역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국회는 지역주민들의 안전에는 관심도 없이 관련법을 강행하고 있고, 핵마피아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핵발전 진흥만 외치고 있다. 그 누구에게서도 시민의 안전을 위하는 진심과 정의는 찾아 볼 수 없다.
영구화되지만 않는다면 핵폐기물 임시저장은 괜찮다는 말은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람이 죽지 않아서 괜찮다는 것과 같다. 박형준 시장, 차라리 솔직해 지시라. 시민의 안전 따위에는 관심 없고 국민의 힘이 하자는 대로, 윤석열 정부가 하자는 대로 할 것이라고. 시민 안전을 운운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귀 닫고, 정권과 정치권력의 편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부산시의 핵발전소 내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 찬성 입장에 대해 부산시민들이 더 큰 목소리와 행동으로 화답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2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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