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생명과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온 부산반핵영화제가 올해도 많은 분의 도움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매년 영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지않지만,이 작은 영화제는 늘 우리가 반핵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반핵영화제는 지난 13년의 세월 동안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 문제,정의롭지 못한 핵발전의 문제, 공동체를 파괴하는 초고압 송전탑의 문제,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기장 해수담수 공급 문제, 10만 년의 책임을 져야 하는 핵폐기물의 문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문제들을 다뤄 왔습니다. 핵으로부터 고통받는사람, 지역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더 많이 알리기 위한 것이반핵영화제의 존재 이유입니다.
올해도 핵과 관련한 수많은 현안이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리 2, 3, 4호기를 비롯한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 강행,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투기, 10만 년의책임을 논의하기는커녕 핵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 중인 고준위핵폐기물 특별법, 지역주민의 건강피해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와의 인과성을 찾을 수 없다는 갑상선암 공동소송 패소판결, 기후위기를 빌미로 재생에너지 비율은 줄이고 신규핵발전소 건설 추진을 기정사실로 한 정부의 에너지정책,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초고압송전탑 건설. 이것들은올해 부산반핵영화제의 슬로건인 <부산is핵>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핵진흥을 위해 내달리고 있는 핵폭주 윤석열 정부, 난개발과 엑스포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부산시, 가장 값싼 방식으로 핵발전을 지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다에 핵폐기물 자체인 오염수를 투기한 일본 정부, 전문가로서의 윤리를 져버리고 자신들의 이익만 좇는 핵마피아 집단들, 이 모두를 통해 핵발전 르네상스를 추진하려는 기업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묻습니다.
“누가 이 세계를 이 꼴로 만들어 버린 걸까요?”
우리는 이제 이 물음에 답하고 핵없는 세상,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위해 더 강한 마음들을 모아 행동해야 합니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폭력을 자행하는 정부에 맞서 싸운 밀양주민들 곁에 다시 섭시다. 10년 가까이 농성을 이어오며 찬바람에도 상여를 지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외치고 있는 월성의 주민들과 함께합시다. 핵발전소가 내뿜는 방사능 때문에 건강피해를 호소하며 수년째 갑상선암 재판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핵발전소 지역주민들, 그들을 지원하는 탈핵 법률 인에게힘이 됩시다. 방사선피폭의 위험을 감수하고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함께 고민합시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일본의 시민들과 연대합시다.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에 맞서 탈핵이 기후정의임을 위해 행동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더 큰 탈핵시대를 만들어 갑시다.
13년 동안 이 작은 영화제가 만들어왔던 탈핵, 생명, 평화의 길을 앞으로도 담대하게 걸어가길 바라며 2023년 11월 25일 제13회부산반핵영화제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