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공동소송 2심 선고 결과에 따른 기자회견

갑상선암 공동소송 2심 선고 결과에 따른 기자회견문(2023-08-30)

정부가 추진한 역학조사 결과도 외면하는 사법부! 재판부는 주민 건강 피해 인정하라!
- 안전한 방사선은 없다, 방사선 피폭을 넘어 안전한 사회로!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6개월, 오늘 부산고등법원은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들의 건강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와 피고(한국수력원자력)는 주민들이 핵발전으로 인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저선량 피폭으로도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와 연구 논문 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재판부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역학조사 결과마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원고들이 느낄 절망감을 생각하면, 너무도 실망스럽고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먼저, 정부가 전국 핵발전소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역학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정부가 의뢰해 서울대가 진행한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 결과, 핵발전소 주변지역(5km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 상대위험도는 원거리에 비해 2.5배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했고 정부 조사를 통해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여성은 먼 거리에 사는 여성보다 갑상선암이 2.5배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서울대 조사팀은 1991년 1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803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19년 2개월간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역학조사는 핵발전소 5㎞ 내 지역, 5∼30㎞의 근거리 대조지역, 핵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원거리 대조지역으로 구분해 20세 이상 36,176명을 대상으로 암 발병 여부를 조사했다. 이 역학조사 결과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은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방사성물질과 분명히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부가 조사한 역학조사 결과조차 인정하지 않았고, 핵발전소로 인해 피폭되어온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또 다른 정부 조사 결과도 있다. 환경부가 올해 6월 8일 <월성원전 지역주민들의 건강 영향 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내의 양남면 주민 960명의 소변을 받아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하고 혈액을 채취해서 여러 가지 임상 항목을 검사했다. 그 결과 주민 740명(77.1%)에게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환경부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반경 5km 주민 34명의 염색체를 표본 조사한 결과 16명(47.1%)의 염색체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가 6개 이상이면 평생 250mGy(밀리그레이) 이상 피폭된 것으로 추정한다.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이 방사성물질이 원인이라는 사실은 위의 몇 가지 사례만을 가지고 판단해도 그 근거가 명확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민들의 암 발병이 방사선 때문이라는 점을 특정해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또 사업자인 피고(한국수력원자력)가 배출한 방사성물질이 기준치 미만이라는 이유 등을 들며 한수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핵발전소 인근지역 주민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자연방사선에 노출되면서도 추가로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인공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더 많이 받고 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한수원을 상대로 2015년 2월 25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하는 이들은 핵발전소 인근에 5년 이상 거주하면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환자(618명)와 그 가족들(2,856명)이다. 이들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방사성물질에 노출되어왔다.

부산고등법원은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는 핵발전소 지역주민의 고통을 외면했다. 주민들은 여기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민심도 주민 등과 협의하여 상고할 것이다.

우리는 방사선에 안전 ‘기준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 2심 판결은 원고 618명뿐만 아니라 핵발전으로 인해 건강 영향과 피해를 입어온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을 감내하라. 계속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사법부를 비롯해 정부와 한수원은 핵발전소가 인공적으로 배출하는 방사선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입는 건강 영향과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은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들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건강 영향과 피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2023년 8월 30일
갑상선암 공동소송 시민지원단
(반핵의사회,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탈핵부산시민연대,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핵없는세상을위한 고창군민행동,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