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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6) 고창군 초고압송전탑 사업설명회[공청회] 참관

오늘의 활동/매일탈핵

by 부산에너지정의행동 2026. 7. 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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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고창군 고수면 복합문화센터에서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송전탑반대고창군대책위(이하 대책위)’가 주최한 <고창군 주민 대상 사업설명회(설명회)>가 열렸다. 이번 설명회는 여타의 설명회와 달랐다. 이름 뒤에 괄호를 치고 ‘공론화’라는 단어가 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지난 5월 8일, ‘용인반도체국가산단재검토와초고압송전탑건설반대전국행동’ 소속 주민들과 가진 2차 간담회에서 김성환 장관은 국가전력망 사업과 관련한 입지선정위원회(이하 입선위) 진행을 한 달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입지 선정 과정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서해안 각 지역에서 설명회가 이어졌는데, 고창의 설명회는 한전의 일방적 독무대가 아니었다. 대책위 간부가 직접 사회를 보고, 한전의 발표 뒤에 대책위가 추천한 전문가의 반론 발표를 배치해 상호 토론이 가능한 ‘공론화’의 장을 만든 것이다.

이번 설명회가 열리게 된 배경에는 고창 지역을 관통하는 3개의 345kV 초고압 송전망 사업이 존재한다. ‘345kV 신고창 변전소’와 이를 기점으로 한 ‘신고창분기 송전선로’, 그리고 ‘신고창-새만금#2 송전선로’가 그것이다.

고창의 초고압 송전망 건설 계획이 처음 주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2024년 5월이었다. 당시는 ‘345kV 신장성-신정읍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송전탑 ‘경과대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러다 2025년 ‘국가전력망확충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이들 4개 사업은 ‘국가전력망 사업’이라는 명분을 입고 입선위 절차를 공격적으로 밟아나갔다.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지난 6월 9일 제14차 입선위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공식 운영 기간이 종료되었고, 최종 경과지 확정 권한은 한전의 몫으로 넘어갔다. 직후 나머지 3개 사업의 입선위가 본격 가동됐다. 지난 6월 18일과 22일, ‘신고창 변전소 및 분기 송전선로’(위원 20명)와 ‘신고창-새만금#2 송전선로’(위원 86명)의 제1차 입선위 회의가 각각 개최되며 주민들의 명줄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설명회에 나선 한전은 사업 개요와 절차를 소개하면서도, 특별법 제정에 따른 ‘돈 이야기’에 집중했다. 철탑 부지 소유자가 2개월 이내에 조기 협상하면 감정평가액의 75%를 가산해 주고, 지원금 100%를 주민에게 직접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자체에는 킬로미터당 20억 원을 지원하되 인허가 협조 여부에 따라 10% 가산 또는 20% 감액이라는 차등 요소를 두어 지자체를 압박했다. 특히 4개 사업이 밀집하는 고창의 경우 주변 지역 보상금을 최대 3배, 송전탑 300m 이내 거주 주민은 최대 3.5배까지 직접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자극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어 전자파는 암 발병과 상관없다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하며, 변전소 부지 안에 지어진 직원 사택 사례를 들어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대책위 추천 전문가 하승수 변호사의 설명은 한전의 논리를 정면으로 무너뜨렸다. 하 변호사는 현재 전국에서 추진되는 초고압 송전망 사업이 결국 수도권의 전력 소비를 위해 농어촌 지역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존 송전망 건설 지역 주민들이 겪는 건강·재산 피해와 미래 성장 기회 박탈이 곧 고창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전자파 역시 3mG(밀리가우스) 수준의 장기 노출로도 소아암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를 제시하며 반론을 폈다. 특히 이 사업이 윤석열 정부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위해 강행되는 엉터리 사업임을 폭로하며, 대량의 전력과 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시설을 수도권에 몰아넣을 게 아니라 발전소 인근으로 분산하고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실효성 있게 실행해 송전탑 건설 자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발표가 끝난 후, 한전의 기만을 파고드는 주민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첫째로 주민들은 “이 송전망이 영광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 고창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전은 해남의 재생에너지를 수송하기 위한 전력망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광 노후 핵발전소가 수명 연장 없이 영구 정지된다면 이 거대한 송전망은 건설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신장성-신정읍 노선은 영광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염두에 두고 추진된 사업이다. 고창 주민들은 지역을 옥죄는 4개 사업의 전체 규모와 유기적인 영향을 보며 질문을 던졌으나, 한전은 개별 사업 단위로 질문을 쪼개 답변하며 지역이 짊어져야 할 고통과 불평등의 본질을 희석하려 들었다.

두 번째 질문은 핵심을 찔렀다. “전자파 피해가 없다면서 왜 그렇게 거액의 보상금을 주느냐”는 물음이었다. 당황한 한전은 건강상 문제는 없지만 약간의 지가 하락과 심리적 불안이 있어 ‘위로’ 차원에서 주는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면서 초고압 송전탑의 전자파 위험을 다시 한번 “묵은 김치나 커피를 마시는 수준”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송전탑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에게, 김치와 커피를 24시간 365일 내내 강제로 먹이는 행위가 과야 안전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한전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작성해야 할 합의서에, 과거 밀양 전례처럼 “향후 발생할 유해성에 대해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독소 조항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한 주민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7개나 보유한 고창에 송전탑을 마구 지어 인류사적 가치를 파괴해도 되느냐”고 묻자, 한전은 그저 보호구역을 우회하거나 지중화하겠다는 면피성 답변으로 일관했다. 현재 고창에는 국가전력망 사업으로 지정된 4개의 초고압 송전망 사업 외에는 154kV 고압송전 시설 16개가 추진 중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향후 고창에 재생에너지 등 전력 시설이 늘어날 때 이 송전망이 지역 전력을 타 지역으로 모두 빼앗아가 오히려 고창의 미래 발전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미래지향적인 우려였다. 이에 대해 한전은 현재 고창에는 발전시설이 없어 타 지역 전기를 쓰고 있다는 행정구역상 데이터를 들이밀며 주민들을 힐난하듯 응수했다. 그러나 고창은 영광 핵발전소와 바로 인접해 있어 행정구역 경계만 없을 뿐 사실상 핵발전소의 위험을 공유해 온 지역이다.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단순 수치만으로 주민을 기만한 한전의 태도는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날 설명회는 주민들의 거센 항의와 고성 속에 끝을 맺었다. 대책위는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권역별로 3차례 더 공론화 자리를 마련해 총 4회의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이 한전과 정부의 ‘절차적 구색 맞추기’로 전락할지, 아니면 초고압 송전망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는 강력한 지렛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고창 대책위는 이미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과거 입선위의 결정을 무력화했던 축적된 경험과 자산을 가지고 있다. 벌써부터 전국의 다른 지역 대책위들이 고창의 이번 ‘설명회-공론화’ 방식을 모델 삼아 일방적인 한전 설명회의 틀을 바꾸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고창의 싸움이 전국 송전탑 반대 운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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