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 성명
죽음을 부르는 핵!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
탈핵을 약속하라!
어제(3/4) 오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핵발전소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핵발전소 공격을 막기 위해 맨몸으로 거리에 나와 대치했지만 결국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핵발전소를 점령했다고 합니다. 러시아군이 핵발전소를 점령한 것은 그만큼 핵발전소가 위험한 시설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자칫하다 방사능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가 체르노빌 핵사고의 6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으로 핵사고가 발생할 시 돌이킬 수 없는 핵재앙을 겪게 될지 모른다며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전쟁이 멈추길 바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빕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경북 울진에서 큰 산불이 일어나 핵발전소 경계까지 불이 번졌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대피하였고 전 국민이 핵발전소 안전과 산불확산을 걱정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모든 상황이 핵발전소 안전을 심각히 위협하고, 인류를 대재앙의 시대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다시 목격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11년이 지났지만 방사능으로 인한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사고 당시 일본정부는 핵발전소로부터 60km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에게까지 피난 지시를 내렸습니다. 1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지역의 피난지시 명령이 해제되었지만 주민 귀환률은 34%밖에 되지 않고, 2만 7천여 명의 주민들은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길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높은 방사능 수치로 출입과 거주가 금지된 지역이 7곳이나 됩니다.
작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 129만톤을 해양으로 방류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2023년부터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양의 방사능 오염수가 해양으로 배출될 예정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과 어민들, 일본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본정부는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후쿠시마의 재앙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현재 진행 중입니다.
2017년, 우리나라 정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탈핵국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계획대로라면 탈핵은 60년 뒤에나 이뤄질 수 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기하는 공론화를 진행하고, 연구용원자로를 건설하고, 핵발전소 수출 및 핵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및 고준위 핵폐기물 재처리 연구를 추진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은 탈핵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모순되고 이중적이었습니다. 모순된 탈핵정책으로 탈핵진영은 물론 보수진영에게도 비판받는 상황이 정권 내내 반복되었습니다. 보수진영은 기후위기를 기회로 삼아, 핵을 깨끗한 저탄소 에너지로 포장하고 탈핵정책 폐기에 일제히 목청을 높이고 있고 정부여당조차도 책임없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마저 철회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천명하는 등 탈핵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망언들을 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라는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겪고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 평화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리는 거대 여야 정치권의 태도를 보며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핵바피아들과 보수진영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핵발전이 필요하다 주장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호응이라도 하듯 정부 여당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통해 대형발전소의 위험과 경제성, 핵폐기물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신규핵발전소를 어디에 건설해야 하는지, 소형원자로를 어디에 건설 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대형이든 소형이든,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발생하게 되는 핵폐기물을 어디에 보관하고 처분해야하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운이 좋아 후쿠시마와 같은 대재앙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핵발전은 위험과 고통, 희생과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나쁜 에너지입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핵발전소의 위험과 함께 살고 있는 시민들, 방사능 피폭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주민들, 초고압송전탑 건설로 피눈물을 흘리는 주민들, 핵폐기장까지 강요받는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 20만년 동안 독성이 사라지지 않는 핵폐기물을 떠안게 될 다음 세대까지, 모두가 핵발전으로 인한 위험과 고통, 희생과 책임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핵발전은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핵위기라는 또 다른 위기로 대체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위험과 고통, 희생과 책임을 떠넘기는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는 지속가능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위험과 불평등을 없애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두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합니다.
2021년 12월 문재인 정부는 부산을 비롯한 핵발전소 지역을 핵폐기장으로 만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최소 20만년을 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서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처분할 방안을 찾지 못하자, 각 핵발전소 지역에 <부지 내 저장시설>이라는 이름으로 핵폐기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년 750톤의 답 없는 고준위 핵폐기물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해결방안도 없이 ‘핵발전이 대안이다’, ‘핵발전 강국을 만들자’, ‘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하자’는 주장들이 무책임하게 남발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이 약속하는 풍요는 죽음을 잉태한 풍요입니다. 탈핵은 우리가 더 나은 미래로 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탈핵사회를 위한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고, 지지 않을 것입니다. 핵 위험 없는 사회, 안전하고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변화를 시민의 힘으로 반드시 만들어 냅시다.
2022. 3. 5.
후쿠시마 핵사고 11주기 <부산경남 탈핵시민 공동행동>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