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의원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공동발의 요청에 따른 탈핵부산시민연대 성명>
핵발전소 지역을 정녕 핵 쓰레기장으로 만들 것인가!
김성환 의원은 졸속‧엉터리 고준위 특별법 상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김성환 국회의원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 안을 마련하여 공동발의를 위해 각 의원실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별법은 고준위핵폐기물의 포화가 임박한 각 핵발전소의 상황과 영구정지 된 핵발전소의 해체 등을 고려해 마련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임시저장시설을 법제화한 ‘임시저장시설법’이다.
그간 고준위핵폐기물 처분과 임시저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산업부와 핵산업계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흘러왔다. 특히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경주 월성핵발전소 ‘임시저장시설’을 위한 재검토위원회라 비판을 받을 정도로 관리정책과 관련한 현 정부의 정책과 방향은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삶을은 무시한 채 진행됐다. 이번 김성환 의원의 특별법 역시 현 정부의 무책임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사실상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 위한 특별법
김성환 의원은 특별법을 제안한 이유로 핵발전소를 ‘설계수명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해체작업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핵발전소를 폐쇄하길 바라는 지역 시민의 입장에서는 ‘핵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겠다’라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고준위 특별법에 앞서 국회는 수명연장 금지법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금지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평가와 반성도 없이 또다시 특별법에 등장한 허울뿐인 공론화
특별법은 기본계획의 수립과 관리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 공론화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았다. 그러나 이미 두 번의 공론화가 진행되었지만, 졸속‧엉터리‧조작 공론화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에 진행된 공론화의 권고안조차 폐기 요구를 받고 있는데 이런 방식의 공론화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첨예한 사항들이 엉터리‧졸속‧조작 공론화를 통해 결과가 도출되고, 그 결과가 특별법에 반영되었다. 임 공론화는 ‘들러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김성환 의원은 특별법에서의 공론화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전 공론화와 어떻게 다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지난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주민참여 절차
특별법은 고준위핵폐기물 최종처분장 선정을 위한 과정과 방법을 담고 있다. <부지적합성 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기본조사 후보지를 도출해 <기본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층조사>를 진행해 최종 <주민투표>를 통해 부지를 확정하는 것으로 그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이 과정은 지난 정부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특별법에서는 <기본조사> 대상이 되기 위해, 지자체는 주민의 의견을 확인하고 지방의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의견을 확인할 방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말뿐인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접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방법과 기준이 명확하지 앉아 있으나 마나 한 조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심층조사>를 시행할 때는 주민 의견과 의회 동의, 인접 지자체와의 협의조항이 사라져 버린다. <기본조사>에서 명확지 않은 방법과 기준으로 ‘확인되었다 추정’되는 의사를 <심층조사>까지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행정 편의적 발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종부지 선정과정이라 할 수 있는 <관리시설 부지 선정>과정에서는 주민투표법 제8조에 따라 주민투표를 실시하라 명시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듯 최종 부지 선정에서는 인접지역 주민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배제했다.
과거 핵폐기장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와 다른 점은 <기본조사> 대상부지 신청 과정에서 인접 지자체와 협의를 하라는 것 외에 달라진 점이 없다. 30년 가까이 핵발전소 지역과 핵폐기장 대상 지역을 고통과 지옥으로 몰아넣으며 얻은 교훈이 고작 이것인가. 김성환 의원은 졸속‧엉터리 특별법을 만들기 전에 핵발전소 지역, 과거 핵폐기장 시도로 고통받은 지역들부터 먼저 방문해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돈부터 들이대는 특별법
특별법은 최종선정지역 특별지원을 위해 지역위원회를 두어 각종 지원사업의 내용을 결정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종선정지역에 대한 특별지원이 필요한지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지역위원회를 두겠다는 발상은 고준위핵폐기물을 유치하면 돈을 주겠다는 발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 마음이 애초부터 있었다면 지역지원 사업보다 주민들이 직접 안전을 감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구부터 명문화해야 한다.
유명무실해진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법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두어 최총처분장의 부지선정과 운영, 지하연구 시설의 건설, 임시저장시설의 설치 및 운영까지 관리위원회의 승인 및 감독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각 시설의 인허가 및 운영에 대한 사항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유의 업무와 구분되지도 않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안위 업무를 침해하기까지도 한다.
임시저장시설을 위한 특별법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임시저장시설’의 건설과 관련한 것이다. 특별법은 ‘부지내저장시설’이라는 말로 사업자가 관리사업자와 협의하여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을 계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공청회로 그 방법을 제안하여, 사실상 주민동의가 없더라도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가능하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경주 핵발전소 맥스터 건설을 위한 졸속‧엉터리‧조작 재검토가 끝난 뒤 부산과 울진, 영광을 비롯한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은 정부가 경주 이외의 핵발전소 임시저장 문제를 풀어갈지 큰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김성환 의원실의 특별법이 제안된 것인데, 김 의원은 한수원과 관리사업자가 협의해 하나 마나 한 공청회만 거쳐 합법적으로 임시저장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이번 특별법에서 유일하게 실행 가능성이 있는 과정으로써, 법안대로라면 각 핵발전소 지역은 제대로 된 주민동의 과정도 없이 고준위핵폐기물 최종처분장이 된다. 사실상 임시저장시설을 위한 특별법이자, 핵발전소 지역에 핵폐기물을 떠넘기는 특별법이라 할 수 있다.
김성환 의원은 특별법 상정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간 여당 내에서 나름의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목소리를 내어 왔던 김성환 의원이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길 바란다. 이번 특별법은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모순과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권고안부터 폐기하고, 제대로 된 공론화부터 다시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관리정책을 만드는 최선의 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21.9.9.
탈핵부산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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