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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반대시민행동 출범식 성명서> 그 ‘죽임’의 삽질을 내려놓아라!

오늘의 활동/정의로운 연대

by 부산에너지정의행동 2021. 3. 2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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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반대시민행동 #죽임의삽질을멈춰라

 

신공항 반대 시민행동 출범식 성명서

그 ‘죽임’의 삽질을 내려놓아라!

 

최근 광주 5.18 유가족에게 한명의 공수부대원이 사죄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있었다. 40년이 지난 과거에 대해, 피해자에게 스스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처음 일어난 것이다. 비록 시간은 흘렀지만 그는 자기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사과에 나섰을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구하는 것이 실수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용기이며 자기 양심을 회복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죽어간 강의 생명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저 강물들과 함께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에 의해, 분명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또 언젠가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죽어간 갯벌의 생명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갯벌의 풍요로움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왔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에 의해, 분명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저질러버린 이 땅에 대한 실수들로부터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키는 길이고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진실한 고백과 진심어린 사죄의 표현으로도 죽어 버린 것을 되살릴 수는 없다. 용서를 받는다 해도 어떤 목숨도 다시 살아오지 않는다. 다시 살리거나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미칠지, 어떤 책임을 지어야 하는 것인지 신중해야 한다.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과 맞바꾼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로 인해 환경의 파괴와 피해가 얼마 만큼인지 그 영향력을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신중하게 나설 때, 비로소 시간이 지나 이 사업으로 인해 저질러진 죽임들과 거대한 파괴들 앞에 진실한 사과가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질러놓고 나중에서야 용서를 구한다면, 그 사과의 진정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지난 2월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그 법안이 담고 있는 돌이킬 수 없는 파괴, 돌이킬 수 없는 죽임의 크기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큼에도, 그 어떠한 신중을 기하기 위한 법적 장치들을 제거해 버렸다. 묵과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다. 후손들 앞에 발가벗겨진 우리의 욕망을 드러내는 일이며, 생명들 앞에 스스로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그들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온 거리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며 자랑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부끄러움 앞에 침묵으로 이 상황을 묵과하지 않고자 한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우리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어이 가덕도를 파헤쳐 수 조원을 들여 공항을 짓는다면, 우리가 먼저 지구와 앞으로 살아갈 이 땅의 후손과 생명들 앞에 가덕도를 보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할 것이다. 우리는 이 부끄러움을 도무지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못 견디게 치욕스럽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신공항의 건설이 부산의 미래, 청년의 미래라고 주장하는 맞서 새로운 대결을 만들어 갈 것이다. 기후위기와 환경파괴로 온통 신음하는 생명들의 고통 소리를 듣는 우리들은, 결코 이 상황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까지 우리 인간들이 저질러온 잘못들 앞에 어쩔 줄 몰라 했던 우리는 이제 우리의 존엄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가덕 신공항 반대를 위한 투쟁을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반생명의 개발악법을 결연히 반대함과 동시에 그동안 생명을 억압했던 역사, 생명을 파괴했던 시대,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이 사회를 주저 없이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치열하게 우리 삶을 바꿀 것이고 뜻을 가진 시민들을 규합하고 연대할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의 목적은 모두의 생존이다. 모든 생명이 존재하는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신공항반대시민행동 출범을 선언하며 저 죽임의 삽질을 막아내고자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하나. 인간의 탐욕으로 생명의 총체적 위기를 겪게 만든 지구 생명에게 사죄하며, 생명을 지키는 활동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하나. 가덕신공항을 비롯한 환경파괴 토건사업에 맞서 적극 행동할 것이다.

하나. 생명 파괴적인 우리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돌이키고 바꿔나갈 것이다.

하나. 소비를 줄이고 일상을 똑바로 탐구하여 생명 살림의 역사에 참여하는 새 세대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폐지하고 신공항 건설 철회하라!

하나. 주민의견 묻지 않는 토건정치 멈추고 가덕도 주민께 사죄하라!

하나. 제주 제2공항 등 신공항 계획과 불필요한 토건개발 사업을 철회하라!

하나. 기후위기 가속화하고 온실가스 증가시키는 모든 사업, 정책, 예산을 폐기하라!

하나. 소수가 아닌 모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즉각 전환하라!

 

 

2021. 3. 22.

신공항반대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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