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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마피아 꼼짝마/언론보도 주간 브리핑

팩트체크 : 탈핵정책 부작용 앓고 있는 독일?

by 부산에너지정의행동 2021. 10. 29.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발표되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발표되면서 핵산업계의 공세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는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핵발전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탈핵을 선도하는 나라인 독일의 예를 들며 탈핵정책과 신재생에 대한 공격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아래 세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를 통해 독일에서의 교훈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팩트체크 기사 / 독일 사례를 들어 탈핵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기사들
1. 주간조선 2021.6.21.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또 연기… 탈원전 4년 손익보고서」
2. 조선일보 2021.6.26. 「탈원전 완료 1년 앞두고 ... 독일 감사원 전력 부족사태 경고」
3. e-대한경제 2021.8.24. 「태양광 광신도가 수립한 탄소중립계획」 - 정범진 교수 칼럼

팩트 체커 염광희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



팩트질문1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EU 국가중 가장 비싸다는데 사실인가요?
이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평가는 어떠한가요?


<2020년 하반기 유럽 국가별 가정용 전기요금(세금 포함)>

출처 https://ec.europa.eu/eurostat/statistics-explained/index.php?title=Electricity_price_statistics)


사실입니다. 전력망 이용료 및 재생에너지 지원금(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가정용 전기요금에 직접 반영하는 제도) 등의 부대비용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크게 문제 삼지는 않습니다. 전력요금이 증가하는 동안 다양한 에너지 효율화 기기를 사용하여 전기 소비량을 줄였기 때문에, 각 가정이 지불하는 전기요금 총액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정용 전기요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 사용이 전기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각 가정에서의 전기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독일의 주요정당들은 지난 9월 총선에서 “탄소세” 재원으로 재생에너지 부담금을 줄이거나 없애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펙트질문2
독일 국민의 전기요금에서 전기료에 해당하는 것은 25%일뿐 나머지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송전망 건설비용, 전력망 관리비용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입니다. 재생에너지 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는것 아닌가요?


<독일 가정의 평균 전력 가격 구성>

출처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what-german-households-pay-power)


그림에 보다시피 전기요금 구성에서 순수하게 발전소의 전력 가격은 22% 수준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송배전료, 각종 세금,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또한 국가 전력믹스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불만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독일의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는 1리터 당 65.45센트, 경유는 1리터 당 47.4센트의 에너지세(energy tax)가 부과되며, 전력과 마찬가지로 19%의 부가세가 추가됩니다. 이처럼 독일은 에너지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제도화 되어 있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력 가격 구성조차도 공개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bmwi.de/Redaktion/EN/Artikel/Energy/petroleum-fuel-prices.html)


팩트질문3
독일이 EU 국가 중 가장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탈석탄 정책으로 석탄생산지와 화력발전소 지역에 대한 보상비로만 약 50조원이 지출 될 예정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이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평가는 어떠한 가요?


독일 정부와 의회는 2020년 7월 탈석탄법 제정을 통해 독일에서 가동하는 갈탄/석탄화력발전소를 2038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석탄화력발전소 운영기업 및 갈탄 광산지역 지원을 위해 400억 유로(약 50조원)을 편성했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spelling-out-coal-phase-out-germanys-exit-law-draft)
이러한 지원금 편성은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지역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대책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팩트질문4
풍력과 태양광으로는 전력생산이 불안정해 전기를 수입하고 있고, 핵발전 비중이 70%나 되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2010년 이후 독일의 전력 수출량 및 수입량>

출처: Agora Energiewende, 2021, 10 Jahre nachFukushima: WelcheFolgenhat der Atomausstiegfürdie Energiewende? 10 Antwortenauf klassischeFragen


독일을 포함한 유럽 나라들의 전력망은 모두 연결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전력의 수입과 수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독일은 2000년대 들어 주변 국가로 전력을 수입하는것보다 수출하는 것이 더 많은 전력 순수출국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원전 8기(총 8.4GW)의 가동을 중단했던 2011년에도 독일은 전력 수출량이 수입량보다 많았습니다.
Agora Energiewende에 따르면, 2020년 독일은 약 567TWh를 수출하고 551TWh를 수입해 전체적으로는 16TWh를 수출했습니다. 수출의 경우, 폴란드(11.2TWh), 오스트리아(8.4TWh), 체코(6TWh), 스위스(5TWh)로 전력을 수출했으며, 수입은 프랑스로부터 10.3TWh를 수입했습니다.
독일은 주변국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서유럽 대륙에 위치한 많은 국가들은 주변 국가와 송배전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위의 수출입 수치만으로는 전력의 생산/소비/타국으로의 재송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즉, 프랑스로부터 수입한 10.3TWh가 순수한 프랑스 전력인지, 스위스 또는 이탈리아의 전력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팩트질문5
독일 연방 감사원에 따르면 탈핵/탈석탄 정책으로 2022년~25년 사이 대형 석탄발전 4기에 해당하는 4.5GW의 전력이 모자라 전력부족 사태가 일어날 거라는데 사실인가요?
감사원 보고서에 따른 독일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연방회계감사원(Bundesrechnungshof)은 지난 21년 3월 31일 독일연방경제에너지부가 전체 에너지원 콘트롤을 잘 못 한다고 경고하며, 탈석탄법 이전의 2019년 기후보호 시나리오(아래 그림의 초록색 선)와 탈석탄법에 명시된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아래 그림의 검정 선) 사이에 특히 2022년~25년 사이에 4.5GW의 발전용량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4월 29일 독일헌법재판소가 2019년 기후보호법은 미래세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판결을 내렸고, 5월 초 독일연방정부는 기후중립 시점을 2045년으로 앞당기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65%로 상향하는 기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므로, 기존 법률 사이에서 발생한 4.5GW의 용량 차이는 곧 해소될 전망입니다. 독일정부는 새로운 기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발전설비 계획을 포함한 관련 세부 대책을 보완해야 하는데, 지난 9월 26일 실시된 독일 총선 이후 이러한 대책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팩트질문6
가정용뿐만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 역시 유럽에서 가장 비싸다는데 사실인가요?
향후 2030년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이 50% 정도 오를 전망이라 경쟁력에 위협이 가할 정도라는데 사실인가요?


2020년 독일의 산업용(비주거용) 전력요금 평균은 kWh당 17.81 유로센트로 가장 비쌉니다. 두 번째로 비싼 나라는 이탈리아로 15.03 유로센트이며, 가장 낮은 국가는 스웨덴과 덴마크로 각각 6.45 유로센트, 6.12 유로센트입니다. 참고로, 유럽연합 27개국의 평균은 12.54 센트입니다, (출처: https://strom-report.de/electricity-prices-europe/)

최근 국제 천연가스 및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의 전기 요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 선물시장에서는 1MWh 당 전기요금이 70유로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의 화석연료 인상에 더해 유럽연합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함에 따른 배출권거래시장에서의 온실가스 가격 인상에 기인합니다.

그러나, 독일의 매우 높은 비주거용 전력요금과 최근의 가격 인상이 독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특히, 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하는 대기업은 전력거래소에서 도매요금(wholesale price)로 전력을 구매하기 때문에, 전기요금 충격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거나 심지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하게 전력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독일은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Merit order effect로 인해 서유럽 내에서 도매요금이 가장 낮은 국가입니다.)

<2020년 유럽 각 국별 전력거래소 도매 전력요금 평균>


출처 Agora Energiewende, 2021, Die Energiewende imCorona-Jahr: Stand der Dinge 2020 Rückblickauf die wesentlichenEntwicklungensowieAusblickauf 2021

반면, 소매전력을 구매해야 하는 중소규모 사업자들은 어려움에 처하기도 하지만, 1,000여개 이상의 전력판매회사의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가격 인상에 대한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중소규모 사업자들을 위해서는 가정용 전력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부담금을 인하하는 방식의 대책을 독일 정부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팩트질문7
재생에너지 특성상 공급과잉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데, 주변국가에 협의도 없이 전기를 흘려보내 이웃나라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아직까지는 국가간 분쟁을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 고유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특히,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빠른 속도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변성 재생에너지의 출력 문제(급격한 출력 증가 또는 출력 감소)는 기술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또한, 수요반응자원(Demand Response) 거래를 보다 활발히 하여, 전체 전력 생산량과 수요량을 균형있게 관리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천연가스 발전소의 건설을 제안하고 있으나, 배출권거래시장의 온실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경제성을 갖추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출처: https://foreignpolicy.com/2021/02/10/is-germany-making-too-much-renewable-energy/)


팩트질문8
풍력발전소 운영으로 많은 송전선로 건설이 필요하다던데 사실인가요?
지난 12년간 계획 된 7700km 송전선로 중 20%인 1600km만 설치되었다는데,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요?


2019년 개정된 연방수요계획법(Budesbedarfsplan Gesetz) 및 2009년 제정된 에너지송배전망확대법(Energieleitungsausbau Gesetz)에 따라, 신규 고압 송전선 7,783km의 설치가 필요합니다. 2020년 현재, 약 1,600km의 건설이 완료되었으며, 734km는 건설 허가를 획득해 건설이 진행 중이며, 3,533km는 건설 계획 허가 중이며, 1,185km는 연방 또는 지역단위 계획 과정이고, 712km 구간은 아직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https://www.cleanenergywire.org/factsheets/set-and-challenges-germanys-power-grid


독일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상, 인허가 과정에서 지역 주민 의견 수렴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으며, 특히 여러 주, 지역을 관통하는 특성으로 인해 더더욱 지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송전선 건설을 총괄하는 독일경제에너지부는 다양한 법률을 개정해 지역 주민의 보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송전선 건설의 매 과정마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전력망 시민회의(Bürgerdialog Stromnetz)“를 운영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bmwi.de/Redaktion/DE/Artikel/Energie/stromnetze-und-netzausbau-regulierung-rahmenbedingungen.html, https://www.bmwi.de/Redaktion/DE/Artikel/Energie/buergerdialog.html


팩트질문9
탈핵을 추진 중인 독일이 핵발전을 추진 중인 프랑스에 비해 전력부분 이산화탄소 배출이 11배 많다는데 사실인가요?


유럽환경청의 2019년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의 1kWh 전력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350.0g으로 프랑스의 56g에 비해 6.25배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전체 전력의 72%를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한 결과로, 프랑스인은 매년 1인당 2kg의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폐기물의 영구적인 해결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출처: https://www.bloomberg.com/graphics/2019-nuclear-waste-storage-france/)


기타질문1
국내 언론을 통해 유럽연합이 텍소노미 기술에 핵기술을 ‘포함시켰다’ ‘포함시킬 것이다’는 기사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유렵연합 내 핵기술의 텍소노미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각 국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이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진행중입니다. 오는 12월에는 최종 결정이 날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민간 투자자들은 원전의 택소노미 포함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https://www.ipe.com/news/german-austrian-investors-press-ec-to-exclude-nuclear-from-taxonomy/10054637.article
그러나, 각 국가 및 기업의 특성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기타질문2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중립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면서 국내 언론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핵발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핵발전의 역할에 대한 유럽 국가 내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이 또한 국가들마다 입장이 갈립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원전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프랑스, 영국, 폴란드, 체코 등은 가동 원전 수명연장 또는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EU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원전 건설 여부가 다시 논의될 전망입니다.



<핵마피아 꼼짝마> 기획단의 소결


보수언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독일의 전력 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일 정부와 국민들은 우리나라 보수언론이 주장하는것 처럼 탈핵정책을 전면 재검토 하거나, 탈핵으로 인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오히려 탈핵과 함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위해 기꺼이 비용을 부담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에너지전환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전기를 절약하거나 효율 등급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며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에너지전환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기업과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재생에너지 육성 기금과 망 운영 등의 비용부담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송전탑 예정지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과정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정책을 고민하고 만들고 있습니다.

언론이 주목해야하는 점은 바로 이러한 대목이 아닐까요? "탈핵하기 어려우니 포기하자"가 아니라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가고 있는가"에 보다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발행 : 부산에너지정의행동 + <핵마피아 꼼짝마> 기획단
발행일 : 2021. 10. 29.(금)
지원 : 아름다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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