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핵발전소 안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정수희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에너지정의행동’은 핵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 전반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다. 전문화된 영역을 다루다 보니 대중의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지만, 대중의 관심이 적은 영역일수록 불합리가 꿈틀댈 여지가 큰 법이다. 그러니 그 세계를 지켜보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크고, 에너지정의행동의 존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단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일 큰 비중으로 다루는 게 핵발전소이고, 핵심 활동도 발전소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시하는 거죠.”
16년간 부산서 모니터링 탈핵운동
에너지 문제 정의의 관점서 접근
탈핵 교육·매달 신문 발행 홍보도
부산에너지정의행동 정수희(40) 활동가는 만 16년째 이 단체에 몸을 담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수백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여러 탈핵 논의에서 굵직굵직한 논평과 분석을 낸 곳이지만, 사무실은 부산과 서울에만 있다. 16년 동안 중간중간 정 활동가 홀로 부산사무실을 책임진 적도 있지만, 지금은 활동가와 운영위원 등 6명이 함께 하고 있다.
정 활동가는 “중학교 때 교회에서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강의를 듣고 이 문제에 관심이 시작됐다. 대학 방학 때에도 농활 대신 발전소 인근에 환경운동을 떠나기도 했다 ”며 이 길에 들어선 게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은 주로 지역 핵발전소에 대한 모니터링을 일상의 업무로 하고 있다. 뉴스 모니터링은 기본이고 내부 소식 취재와 정보공개 청구도 하면서, 발전소 내 불합리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최근 핵발전소 산업재해의 사상자 90%가 비정규직이었다는 보도들이 나왔는데, 부산에너지정의행동이 자료를 채집하고 분석한 결과였다. 정 활동가는 매달 탈핵신문을 만들고 배포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다.
정 활동가는 “탈핵 교육도 주요 업무다. 의외로 여러 소모임과 단체에서 교육 요청이 많다. 핵에너지의 문제를 널리 알리는 데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밀양 송전탑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회가 열렸는데, 여기에도 실무자로 참여했다. 대부분의 활동이 탈핵부산시민연대 이름 아래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뤄진다. 이런 식으로 정 활동가는 지역 핵발전소 관련 현장에 빠지는 법이 없다.
정 활동가는 “에너지 문제를 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핵발전의 생산, 유통, 소비 단계가 정의롭지 못하다”며 탈핵 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핵발전소는 기본적으로 위험과 피해를 지역 주민에게 떠넘기는 식이다. 넓게 보면 수도권과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발전 위험을 떠안는 이들과 전기를 주로 쓰는 이들이 분리돼 있다는 논리다. 또 발전소 안에서도 하청 직원에게 위험이 떠넘겨지고,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권을 특정인과 세력이 가로채는 일들도 많이 목격됐다. 이런 불공정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게 정 활동가의 설명이다.
정 활동가는 “핵발전소가 모두 문을 닫는 날이 온다고 해도, 핵폐기물 처리를 생각하면 평생 이 자리를 지켜야 할 것 같다. 힘이 허락될 때까지 계속 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